'국정농단 보도참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국정농단 보도참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9.03.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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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보도참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단호한 후속조치로 정의 바로 세워야

  

 

 

  「KBS진실과미래위원회」 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참담하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그날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너무나 부끄러워 공영방송 KBS의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기억들. 그렇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던 국정농단에 시절, 눈 귀 닫고 숨어있던 비열한 KBS,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이다.

  

  보고서는 KBS보도본부가 어떻게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시 보도본부 지휘부의 전략은 ‘고의적 무시와 묵살’이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지환 통합뉴스룸국장의 그 유명한 발언이다. 2016년 9월20일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기자들 사이에서 취재 요구가 이어지자 당시 정지환 통합뉴스룸국장은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냐?”는 어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둘 발제가 이어지고 「보도창」 에는 기사가 올라왔다. 어렵게 첫 문을 연 기사였지만 당시 사회부 데스크는 결국 승인을 내지 않았다. 지금도 보도정보시스템에는 2016년 10월14일 정유라의 이대 사태를 다룬 KBS의 첫 기사가 미승인 상태로 화석처럼 남아있다. 

  

  이후 보도본부 지휘부는 훨씬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 축소하고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옹호했다. 국정농단 사건 T/F는 해체되고, 단독 기사는 고의적으로 ‘낙종’됐으며, 어렵게 쓴 원고들은 ‘검열 수준’의 데스킹을 받으며 변절됐다. 그 기록들은 고스란히 보도정보시스템의 이력추적 기록에 남았다. 

  

  보도참사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고통스럽지만, 무엇보다 치욕스러운 대목은 따로 있다. 당시 보도본부, 더 나아가서는 KBS 전체를 무겁게 짓누른 분위기였다. 「진실과미래위원회」 는 이를 두고 “의욕 상실”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진단했다. 너무나 뼈아픈 성찰이다. 

  

  그 부끄러움에 KBS인들은 일어섰고, 142일의 파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파업 1년이 지난 지금, 국정농단 보도참사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반성했는가. 보도참사의 책임자들은 어떤 책임을 졌는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KBS의 정의다.

  

  언론노조KBS본부는 사측에 분명히 요구한다. 사측은 조사결과에 상응하는 단호한 후속조치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명백한 부조리들이 확인됐는데도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토대 위에 우리는 새로운 KBS,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KBS, 불편한 현실과 온갖 부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공론화하는 KBS,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의제 설정으로 한국 저널리즘 발전을 이끌어 가는 KBS, 권력자가 아니라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KBS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정농단 보도참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아울러 언론노조 KBS본부는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의 공정방송 규정 등 제도를 정비하는데도 교섭대표노조로서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다. 

 

  

2019년 3월 14일

실천하는 교섭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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