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로로의 노동법률 사무소] ③근로가 유연해지면 어디에 좋은가?
[임로로의 노동법률 사무소] ③근로가 유연해지면 어디에 좋은가?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8.10.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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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가 유연해지면 어디에 좋은가?

 

  요가를 배우고 있다. 몸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 마치고 나면 온 몸의 기가 원활히 흐르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다니고 있다. 하지만, ‘유연하다’는 표현이 노동과 결합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섬뜩하게 변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유연근로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근로자를 추가로 뽑아서 대체할 생각을 해야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처방이 난무하고 있다. 대놓고 비난도 못하겠다. 법에 근거한 제도들이니. 하지만 못내 아쉽다. 실컷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급하니까 법전을 꺼내 들었다. 찾다찾다 찾은 것이 유연근로제. 다양한 노동자 부려먹기 방법을 총망라 한 말이다. 세부 사항으로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외근간주근로제, 재량간주근로제가 있다. 이 또한 정확치 않다. 법전에 씌여 있는 용어는 좀 더 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근로의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의 간주근로시간제. (어때, 자네 한 번 외워볼텐가?) 그냥 퉁치고 가자. 그게 그거다. 대충 알아보자. 요점은 하나다. “부려 먹되 돈은 못주겠다~”

  탄력근로제. 유연한 가운데 탄력적이다. 늘었다 줄었다 한다. 노동시간이. 한 주를 조금 더 하면 뒷 주에서 까준다. 까준 만큼 일을 덜 해도 되지만, 앞 주와 똔똔이라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앞 주에서 늘어나는 노동 시간에 대한 시간외 수당(이라 쓰고 실비라는 걸 지급받는다)을 줄 의무가 회사에 없다. 일이 바쁠 때 추가금 없이 부려먹고 일이 한가할 때 조금 더 쉬게 해준다. 이게 왜 노동자에게 불리한 거냐고 물을 수도 있다. 이해한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나도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해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 하자. 사측이 시범 적용을 해 볼 모양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2주 단위,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가 있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3개월이 좀 더 야만적이다.

  선택근로제. 1개월 이내 탄력근로제라 생각하면 된다. 회사가 정해 놓은 범위 내에서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선택한다. 이 또한 평균 근로시간만 지키면 초과 수당을 주지 않는다. 자율 출퇴근제랑 헷갈릴 수 있는데 다르다. 궁금하면 찾아보자. 어렵지 않다. 

  외근간주근로제. 간주한다. 사측이. 당신이 회사 밖에서 일하는 시간을. 사측의 마음대로. 아무리 노동자가 수 십 시간을 일했다고 우겨도 한 번 정해지면 간주 시간만 일한 걸로 간주된다. 간주했으니까. 주로 영업직 등 외근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우리에게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재량간주근로제. 재량껏 정한다. 노동자가. 일 하는데 대략 몇 시간 정도 필요할 것 같다고 재량껏 계산해서 사측과 협의한다. 빨리 끝내면 개꿀이지만 늦게 끝내면 눈에 눙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변호사, 세무사 등 시간이 돈인 전문직과 PD, 기자가 해당된다. SBS가 도입했다. 노사가 정한 시간에 대해서만 노동시간이 인정되기 때문에 법정 근로 시간을 넘어서 일하는 것에 대해 사측은 책임이 없다. 유연하지. 재량껏 욕을 해주고 싶다.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근로가 유연해지면 어디에 좋은가? 당신의 관절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정말 우리의 관절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허리가 휠 예정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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