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떠날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대선후보 캠프출신이 당당히 KBS사장으로 임명되고, 또 어떤 사장은 ‘세월호’ 보도를 축소하고 대통령 동정보도를 주요뉴스로 다루라며 동분서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명 ‘수요회’라는 이름의 사조직 출신들이 주요보직을 싹쓸이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서명을 독촉하던 황당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말하는 자의 입은 틀어 막혔고 쓰려는 자의 펜은 강제로 꺾였습니다. 때로는 항의하고 분노가 치밀면 저항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징계였고 좌천이었고 한직으로의 인사발령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시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불의에 침묵하면 보직이 주어졌고, 권력을 만들었거나 그들과 한배를 타겠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누릴 수 있는 이익이 차고도 넘쳤으니까요? 국장, 부장, 팀장, 특파원, 앵커, 주요프로그램MC에 해외연수까지……. 돌아가면서 나눠가질 자리는 많은데, 나눠가질 자신들 편이 오히려 적다고 푸념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런 비정상의 시절,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펜을 강제로 빼앗긴 기자들이었습니다. 남은 자들은 굴욕을 참고 견디며 저항했지만 그들은 우리 곁을 떠나 밖에서 펜과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고자 싸운 시절,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났습니다. 그렇게 각자가 서서 싸울 곳에 대한 선택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남거나 떠나거나 모두가 언론인이기를 포기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주장합니다.“당시 우리를 떠난 그들의 선택이 자발적이었으니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말입니다.
묻습니다. 당신들은 그들이 우리 곁은 떠날 수밖에 없던 그 때, KBS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고
또 묻습니다. “당신들은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나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언론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했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고
반성할 일입니다. “그때 나는 싸우지 않았다” 고. “떠나는 당신들을 보고 조롱하기도 했었고, 부당한 권력이 물러나고 국민들이 세운 정당한 권력으로 교체된 지금도 나는 과거 부당한 권력의 단물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그래서 “모두에게 부끄럽다”고, “지금이라고 반성하고 참회하겠다." 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런 반성을 당신들이 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사측 간부들 사진으로 도배된 노보 한 장 들고 정치권 기웃거리면서 “이 사람들이 본부노조 출신”이라고 선전하는 일을 <활동보고>라는 이름으로 사내게시판에 올리는데 바쁘실 테니까요
또 누군가는 극우성향의 자신들 노조의 위원장 출신을 ‘KBS이사’로 밀기 위해 바쁘실 테니까요. 또 하루 종일 코비스 기웃거리며 “KBS본부를 비난하는 <성명서> 쓸 거리 없나”하고 찾고 계실 테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당신들이 허위와 과장, 왜곡을 무기삼아 아무리 대내외에 KBS본부노조를 비난하고 다닌다고 해도, 당신들이 원하는 그런 “암흑의 KBS”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2018년 8월 27일
강한 노조! 정의로운 노조! 연대하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