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의 조건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이사 응모자 접수가 13일(금) 마감된다. KBS 이사회는 KBS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과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상실한 지금, KBS는 방송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활로를 찾아야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지난 시절 읽어버린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 같은 과제 실현이 KBS 이사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차기 이사회 구성과 관련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KBS 이사회는 성별/지역별/계층별/연령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KBS는 공영방송으로 건전한 민주시민의 합리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프로그램과 뉴스를 통해 반영해야 한다. 월 2,500원의 수신료가 빈부격차, 지역차이, 세대차이, 성별차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KBS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의 구성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KBS 이사회는 50,60대 남성 명망가 이사회였다. 단지 11명의 이사 중 그동안 한두 명 정도의 여성, 그것도 명망가 여성만을 구색 맞추기로 임명했을 뿐이다. 소외된 약자가 아닌 강자의 리그로 구성된 이사회가 시청자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해 KBS의 미래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여성, 지역, 노동,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반드시 이사회에 다수가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성숙한 민주 시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KBS가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고 공영방송이 아닌 국영방송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것은 부끄럽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 시절 KBS최고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가 과연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이사회가 정권의 요구에 거슬리지 않은 KBS, 민주시민의 입장보다는 권력과 재벌의 이익, 보수반공세력 입장 반영에 노력하는 KBS를 만들기 위해 일조한 것은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KBS의 주인은 국민이다. 성숙한 민주시민들이다. 이사회는 성숙한 민주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KBS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사결정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히 이사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이사들 역시 이에 부합하는 인사들이어야 한다.
셋째, KBS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동안 KBS이사회에는 소수지만 KBS 출신 인사들이 임명돼 왔다. KBS 출신 이사의 역할은 명확하다. 외부출신이 다수인 이사회에서 KBS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KBS출신 이사 중 합격점을 받을만한 이사들이 과연 몇이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유는 KBS 출신 이사임에도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와는 관계없이 KBS에서 역임한 보직의 경중이 이사 임명의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강조하지만 KBS출신 이사의 첫 번째 조건은 구성원들의 신뢰다. 정치권의 뒷배, 재직시절 최종 보직이 무엇이었느냐는 결코 조건이 될 수 없다.
넷째, 정치권과의 친분관계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선임에 있어 각계의 추천과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추천과 평가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 여성, 시민단체 등의 추천과 평가여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과 정치권 유력인사의 추천을 단지 추천을 빙자한 낙하산일 뿐이다. 정치권 임명은 방통위원 자체로도 충분하다. 공영방송 이사선임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은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는 어느 국회의원이 뒤에서 밀어준다는 둥, 누구는 유력 정치인과 친분이 깊다는 둥 더 이상 이런 소문들이 공영방송 이사선임과정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7월 16일(월) 공영방송 이사 응모자가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응모자가 공개되는 즉시, 응모자들의 과거행적과 발언, 경력 등에 대한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에 들어갈 것이며, 검증된 내용은 공개할 것이다.
2018년 7월 13일
강한 노조! 정의로운 노조! 연대하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