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KBS 내부의 '치욕의 훈장'을 떼어낼 때이다.
이젠 KBS 내부의 '치욕의 훈장'을 떼어낼 때이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8.07.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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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KBS 내부의 '치욕의 훈장'을 떼어낼 때다.

 


정부가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공로자와 간첩조작 사건 관련자 등에게 수여된 서훈 50여 개를 취소했습니다. 부조리한 역사의 장면들을 비로소 바로잡은 의미 있는 첫 걸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온갖 핍박에도 끝내 진실을 퍼올린 정의로운 KBS기자들, 우리의 동료들을 떠올립니다.

정부의 훈장의 취소까지, 그 시작은 무려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3년 초 이병도 기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한 모든 훈장과 포장을 검증해 보자는 취지에서 행정안전부에 서훈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행안부는 비공개 처분을 내렸고, 끈질긴 소송을 통해 2015년 1월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아냅니다.

제작진은 2015년 6월23일을 방송 예정일로 잡고 ‘훈장 2부작’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와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1부는 <간첩과 훈장>, 2부는 <친일과 훈장>으로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 등을 이유로 방송이 연기되더니 어느 순간 탐사제작부의 방송예정목록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제작 책임자들은 납득할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었고, 거듭 방송을 요구하는 기자들을 인사 발령까지 냈습니다. 제작진을 대변하던 당시 안양봉 탐사보도팀장은 보도국 평기자로, 제작진 중 선임이었던 최문호 기자는 라디오제작부로 보내버린 겁니다. 

국•부장은 마지 못해 원고 데스킹에 들어갔지만 무려 10차례나 데스킹 회의를 여는 등 사실상 시간끌기 전략으로 제작진들의 의지를 꺾으려 했습니다. 또 게이트키핑이라는 미명 하에 인터뷰 삭제와 원고 수정을 요구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훈장편’을 막았습니다. 

기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훈장 1편은 이듬해인 2016년 2월 방송됩니다. 당초 제목이었던 <간첩과 훈장>은 <시사기획 창-훈장>으로 순화됐고, 2편 <친일과 훈장>은 언제 나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습니다.

2편을 지켜내기 위한 기자들의 투쟁은 1편 때보다 더 처절했고, 사측의 방해는 훨씬 치졸해졌습니다. 원고 데스킹 과정에서는 전체 분량의 3분의1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1년의 시간끌기 그리고 20시간의 데스킹 회의, 그 최종 결과는 ‘불방’이었습니다. 

이후 최문호 기자는 <훈장>을 완성하기 위해 KBS를 떠났고 뉴스타파에서 ‘훈장 4부작’을 통해 끝내 ‘훈장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양심과 공정보도를 지켜내기 위해 정든 회사까지 떠나야했던 동료의 그 선택은 너무나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KBS기자들, 우리 동료들의 헌신과 집념이 정부의 훈장 취소를 이끌어 냈습니다.

정부가 훈장을 취소한 날 KBS 안에선 또다른 의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기자들을 줄세우고, 편가르고, 불이익을 줬던 이른바 ‘정상화 세력들’에 대해 책임을 묻기로 결정한 겁니다. 온갖 비정상들이 비로소 진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이제 ‘훈장’의 방송을 막고 KBS탐사저널리즘의 정신마저 꺾으려 했던, 그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준엄한 심판이 내려져야 할 것입니다.

 

      
2018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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