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PD] 제발 그만 좀 웃기고 사퇴하라!
[예능PD] 제발 그만 좀 웃기고 사퇴하라!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승인 2017.11.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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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피디 성명] 제발 그만 좀 웃기고 사퇴하라!

     

  지난 1110일 국정감사는 몹시 우스웠다. 망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무개념무개념을 다그치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몇몇 국회의원들의 비상식적인 질의와 막무가내식의 호통, 그 앞에서 쩔쩔 매는 고대영 사장과 임원들의 우스꽝스러운 태도. 이 모든 부조리가 빚어낸 거대한 코미디는 그동안 무참히 짓밟혀온 공영방송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017년 국정감사 코미디 대본]     

 

 <개그콘서트>의 정치 풍자를 지켜본 국회의원들이 잔뜩 화가 나있다.

     

 강효상 의원 : “현재 집권한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것이 민주주의 선진국 방송 아닙니까?

               과거 대통령, 감옥에 가 있는 대통령 이렇게 짓밟고 이래도 되는 겁니까?”

     

 코미디의 신호탄이 울리자, 한쪽에서는 빈정거림이 터져 나온다.

     

 박대출 의원 : “이제 뭐,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이 오면 소름끼칠 정도의 프로가 나오겠구먼요.”

     

 분노한 의원들 앞에서 삐질삐질 진땀을 흘리던 고대영 사장이 어렵게 입을 뗀다.

     

 고대영 사장 : “코미디니까...”

 박대출 의원 : “나는 화가 나는데? 코미디는 보고 웃는 거 아닙니까?”

 김진홍 본부장 : “의원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들의 호통 개그는 이내 파국에 이른다.

     

 박대출 의원 :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관련한 것이 나오는지 기다려보겠습니다.”

     

 

     

  먼저 칭찬부터 해줘야겠다. 정치 풍자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없는 자들이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현재 집권한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것이 민주주의 선진국 방송이라니 정말로 반가운 소리다. 우리 예능 피디들은 현 정권에 부조리함이 있다면, 신랄한 비판과 사이다 같은 풍자를 날려줄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과거 정권의 부조리함은 덮어두라고 하는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본인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공영방송의 정치 풍자를 문제 삼았던 국회의원의 발언은 더더욱 가소롭다. 정치 풍자는 공영방송의 예능 피디에게 있어서 공영성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다. 또한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힘이고, 코미디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공영방송에서의 정치풍자는 정치권력의 폐단과 모순을 비틀어 표현함으로써 국민들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 도대체 왜 하지 말라는 것인가. 정치 풍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특정 인물을 풍자의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제작 자율성을 해치려는 작태를 보이지 말라.

     

  뭐니 뭐니 해도 이번 국정감사 코미디의 화룡점정은 고대영 사장과 임원들의 대응이었다. 위와 같은 국회의원들의 비상식적인 발언을 바로잡기는커녕, 굴욕적으로 수용하는 경영진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움의 극치였다. 이런 자들이 공영방송을 이끌어갈 자격이 있는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웃음은 KBS 예능 피디들이 맡을 테니, 고대영 사장과 임원들은 제발 그만 좀 웃기고 사퇴하라!

     

20171117

-KBS 예능 피디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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